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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의 기사>는 시엔키에비치가 54세 때 발표한 역사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15세기 초 폴란드의 상황을 배경으로 폴란드 군이 막강한 독일 기사단을 통쾌하게 물리친다는 줄거리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십자군의 기사>는 과연 어떠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하였을까요? 1410년에 독일 기사단은 리투아니아 전체를 손에 넣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발트 해에 접한 사모기티아라도 확보하기 위하여 리투아니아를 침공합니다. 처음에 리투아니아는 사모기티아를 독일 기사단에 넘겨주려 했었지만, 독일 기사단은 더 많은 영토를 확장하기 위하여 폴란드를 공격합니다. 이때,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연합 전선을 펼쳐서 독일 기사단에 대응하였는데, 1410년의 그룬바르트 전투는 유명한 싸움이었습니다. 이 치열한 전투에서 폴란드 군은 독일 기사단을 격퇴하여 독일 기사단의 위신을 떨어뜨렸습니다. <십자군의 기사>는 바로 이 그룬바르트 전투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한편 <대홍수>는 그가 38세 때 발표한 작품으로 폴란드 군이 스웨덴 군과의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를 쟁취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은 과연 어떤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였을까요? 1655년,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는 폴란드와의 휴전을 깨뜨리고 폴란드를 분할해서 발트 해 연안을 차지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때, 폴란드의 반역자 라지에조브스키는 구스타프를 도왔으며, 스웨덴 군은 드디어 바르샤바를 점령합니다. 그러자 폴란드 국왕은 슐레지엔으로 피신하고 폴란드는 큰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수도원측과 흑 마리아 상을 중심으로 모인 민병대가 결사적으로 항전해 스웨덴 군을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대홍수>는 바로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이 두 작품의 창작 동기는 시엔키에비치의 준열한 역사 의식과 조국 폴란드의 독립을 염원하는 조국애에서 찾을 수가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당시 3국 분할이라는 치욕스러우면서도 암울했던 시대에 당파에 휩쓸린 귀족, 부패한 관료, 따라서 사기가 꺾일 대로 꺾인 폴란드 국민에게 소설 속에서나마 적국에 대한 승리의 희열을 맛보게 하였고, 나아가서는 민족 의식과 독립 정신을 고취시키는 데 큰 몫을 하였습니다.